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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이었다. 이 기간에 성평등가족부가 내놓은 '2026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는언뜻 보면 서로 모순되는 듯한 두 개의 수치가 나란히 담겼다[1][2]. 하나는 여성 1인가구 열 명 중 네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지난해 고독사로 숨진 사람의 5.3배가 남성이었다는 것이다[1][2].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나는 쪽은 압도적으로 남성이다. 이 두 통계를 나란히 놓고 보면, 우리가 흔히 '노인 문제'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려 온 현실이 사실은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여성은 왜 더 가난하게 늙는가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여성 1인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40.1%로 전년(38.8%)보다 늘었다. 여성 노인 1인가구는 165만 5,000가구로 1년 새 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1인가구 중 노인 비중은 19.4%로, 여성의절반 수준이다[1][2]. 혼자 사는 노년은 압도적으로 여성의 경험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혼자 사는 여성 노인들이 상당수 가난하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7월 9일 OECD 자료를 바탕으로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9.7%로 OECD 기준 처음 30%대에 진입했지만, 성별로 나누면 남성 노인 32.6%, 여성 노인 45.0%로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3][5].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도 남성 82만 4,000원, 여성40만 7,000원으로 두 배 넘게 차이가 났다[3]. 덕성여대신문이 짚었듯, 이는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 탓에 국민연금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한 여성이 많고, 정작 노년에도 손주 돌봄 등 무급 돌봄노동을 계속 떠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6]. 즉 여성이 가난하게 늙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생애 전체에 걸친 노동시장·돌봄구조의 결과가노년에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에 가깝다.
그런데 왜, 죽음은 남성에게 더 가혹한가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덜 가난한 남성 노인의 삶은 더 안전할까. 통계는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준다. 2024년 기준 고독사사망자는 남성 3,205명, 여성 605명으로 남성이 여성의 5.3배에 달했고, 이 중 50~60대가 남성 고독사의 66.1%를 차지했다[1][2]. 성평등가족부 조사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몸이 아플 때 도와줄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남성 26.5%, 급하게 돈을 빌릴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무려 49.3%에 달했다[2]. 경제적으로는 여성보다 나은 처지일 수 있는 남성 노년층이, 관계라는 자원에서는 훨씬 빈곤한 셈이다.
이 격차는 노인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브라보마이라이프가 소개한 한 조사에서는 1인가구 중 고독사 위험군 비중이 40대25.8%, 50대 33.9%로 이미 중년부터 시작되고 있었고, 최근 5년간 고독사 사망자의 84.2%가 남성이었다[7]. 사회복지학자 황순찬 교수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내가 갖춰진 상태에서만 타인을 만날 수 있다'는 남성 특유의 심리적 장벽을 짚는다. 실직이나 이혼처럼 사회적 지위가 흔들리는 사건을 겪으면, 도움을 청하기보다 스스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경향이남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7]. 직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관계망이 퇴직과 함께 통째로 사라지는 구조도 한몫한다. 여성 노인이 이웃, 가족, 돌봄 관계망 속에서 비교적 촘촘하게 연결된 채 가난을 견딘다면, 남성 노인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홀로 고립된 채 위기를 맞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국제 비교 속에서 본 한국의 이중 취약성
이런 성별 격차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그 폭은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여성신문이 보도한 국민연금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14.8%)보다 24.9%포인트 높고, 특히 75세 초과 초고령층 빈곤율은 54.0%에 달해 66~75세(29.8%)의 거의 두 배였다[5].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여성일수록 가난이 깊어지는 이중·삼중의 취약성이통계로 확인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핵심 과제로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꼽았다[5]. 반면고독사 통계가 보여주는 남성의 위기는 소득이나 연금 같은 경제 지표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노인빈곤 대책과는 결이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하나의 잣대로 묶을 수 없는 두 가지 노후 위기
결국 이 두 통계가 말해주는 것은, '노인 문제'라는 단일한 범주 안에 사실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위기가 겹쳐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생애에 걸쳐 누적된 소득·연금 격차를 보정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과, 돌봄노동에 대한사회적 인정이다. 반면 남성 노인, 특히 실직이나 이혼을 겪은 중장년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소득 지원보다 오히려 관계망을 복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사회적 접근에 가깝다. 두 위기를 똑같은 방식으로 다루면, 여성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소득 보장이, 남성에게는 여전히 닿지 않는 관계 안전망이 각각 방치될 위험이 크다.
나가며 – 통계 뒤에서 다시 질문해야 할 것
양성평등주간에 발표된 이 통계는 표면적으로는 '남녀 격차'를 확인하는 자료처럼 보이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사회가 노년을 얼마나 단순하게 상상해 왔는지를 드러낸다. 가난한 노년과 외로운 노년은 같은 얼굴이 아니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관계 속에서 가난을 버티고, 남성은 상대적으로 여유 속에서 고립을 버틴다. 두 위기 모두 방치하면 삶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앞으로의 노인 정책과 복지 논의가 '노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이 성별화된 두 얼굴을 각각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