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덜 해로운 식사는 무엇일까?
  • 비건 식단이 늘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질문


  • 비건 식단이 늘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질문



    요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화두 중 하나는 ‘윤리적인 먹거리’다. 동물을 덜 해치고, 환경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식단으로 비건 식단을 선택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비건 식단은 오랫동안 “동물에게 가장 덜 해로운 선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한 윤리학 논문은 이 익숙한 생각에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정말 비건 식단이 가장 적은 생명을 해치는 선택일까?”



    이 논의의 출발점은 ‘최소 해악 원칙’이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면, 가장 적은 수의 생명에게, 가장 적은 고통을 주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원칙을 식생활에 적용하면, 단순히 고기를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식단이 전체적으로 더 많은 생명을 희생시키는가”를 따져보게 된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곡물과 채소는 대부분 대규모 농업을 통해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밭을 갈고, 기계를 돌리고, 농약을 사용하는 동안 수많은 작은 야생동물들이 죽는다. 들쥐, 새, 개구리 같은 생명들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해마다 반복적으로 희생된다. 비건 식단에 필요한 식물성 식품 역시 이러한 현실과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이에 비해 논문은 한 가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소나 사슴과 같은 대형 초식동물을 중심으로 한 식단이다. 이런 동물들은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풀을 먹으며 자라고, 한 마리가 제공하는 식량의 양이 많다. 만약 한 가정이 오랫동안 한 마리의 대형 초식동물에서 나온 식량을 나누어 먹는다면, 전체적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오히려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논의가 공장식 축산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밀집 사육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공장식 축산은 어떤 기준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논문이 전제로 삼는 것은 방목 중심의 사육,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한 방식, 그리고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식습관이다.



    이러한 논의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윤리적인 식사는 하나의 정답으로 정해질 수 없으며, 선의로 선택한 식단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혹은 “나는 비건이다”라는 정체성이 아니라, 내 선택이 실제로 어떤 생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는 태도다.



    가족의 식탁은 가치관이 만나는 자리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일지,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는 곧 어떤 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논문은 우리에게 묻는다. “가장 착해 보이는 선택이 아니라, 정말로 가장 덜 해로운 선택은 무엇일까?” 그 질문 자체가 윤리적인 식생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Fischer, B., & Lamey, A. (2018). The Least Harm Principle May Require that Humans Consume a Diet Containing Large Herbivores, Not a Vegan Diet. Journal of Agricultural and Environmental Ethics, 31(4), 455–477.
    2. Davis, S. L. (2003). The Least Harm Principle Suggests that Humans Should Eat Beef, Not a Vegan Diet. Journal of Agricultural and Environmental Ethics, 16(4), 387–394.
    3. Fraser, D. (2008). Understanding Animal Welfare: The Science in Its Cultural Context. Wiley-Blackwell.
    4. Regan, T. (1983). The Case for Animal Right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글쓴날 : [26-01-2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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