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신앙생활의 핵심, ‘큐티(QT)’…말씀 앞에 멈춰 서는 일상의 영성]
  • 연말을 앞두고 신앙인들 사이에서 다시 ‘큐티(QT·Quiet Time)’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큐티는 현대 기독교 신앙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이며 동시에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영적 훈련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많은 신자들은 큐티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큐티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때 가장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을까.



    큐티의 본질은 조용한 시간을 내어 하나님 말씀 앞에 ‘머무는 것’이다. 단순히 성경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읽은 말씀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하나님이 주시는 음성을 듣는 과정이다. 즉, 큐티는 지식적 성경 공부와 달리 인격적 하나님과의 만남을 지향한다. 신학자 고(故) 유진 피터슨은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나를 읽도록 허용하는 시간이 큐티”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처럼 큐티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 나를 비추어보는 ‘영적 거울’의 역할을 한다.



    큐티는 방법만 익히면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식은 성경 본문 읽기–묵상–적용–기도의 순서이다. 첫 단계인 본문 읽기에서는 짧은 분량이라도 천천히, 여러 번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지는 묵상 단계에서는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하나님이 어떤 분으로 나타나는지를 질문하며 깊이 생각한다. 다음으로 적용 단계에서는 그 말씀이 오늘 나의 삶에서 어떤 변화를 촉구하는지 성찰한다. 마지막으로 기도 단계에서는 묵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순종하기 위한 힘과 지혜를 구한다. 이러한 네 단계는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구조로, 국내외 많은 교단과 선교 단체에서 권장하고 있다.



    큐티의 시간과 장소는 정해진 규범이 없다. 다만 신학자들은 꾸준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아침 기상 직후나 출근 전처럼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선택하면 집중도가 높아지고, 매일 같은 장소에서 하는 것은 영적 루틴 형성에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앱과 온라인 큐티 자료를 적극 활용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는 바쁜 사회에서 말씀 묵상의 문턱을 낮추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화면의 알림과 주변 정보가 집중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물리적 성경책과 노트를 사용해 집중력을 유지하는 전통적 방법을 권한다.



    큐티의 효용성은 이미 여러 연구와 목회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큐티를 실천하는 신자들은 신앙적 회복력(resilience)이 높고, 삶의 의사결정에서 일관성 있는 기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 큐티는 공동체 예배와 소그룹 나눔의 질을 함께 끌어올린다. 말씀을 주기적으로 묵상하는 사람은 예배의 설교를 더 적극적으로 듣고, 공동체 안에서 타인을 세우는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큐티가 단순한 개인 경건 훈련을 넘어 공동체적 성숙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큐티의 확산에 장애 요소도 존재한다. 많은 신자들이 “어떻게 묵상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씀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목회자들은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주제별 묵상 가이드, 연령대별 큐티 교재, 온라인 강의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꾸준한 실천을 위한 동기 부여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큐티를 ‘해야 하는 의무’로 접근하기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세우는 ‘대화의 시간’으로 이해할 때 지속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한다.



    결국 큐티는 신앙생활의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기둥이지만, 그 출발은 아주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매일 10분이라도 말씀 앞에 조용히 멈추어 서는 것, 그리고 그 말씀을 하루의 삶 속에서 기억하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 이러한 단순한 반복이 신앙인의 내면을 단단하게 세워가며, 영적 민감성을 회복시키는 힘이 된다. 연말을 맞아 신앙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큐티가 삶을 하나님께 다시 맞추는 중요한 나침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참고 문헌



    • 유진 피터슨, 다시, 성경으로
    •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KMCN), ‘개인 경건생활과 신앙 회복력 연구 보고서’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교육훈련원, 말씀 묵상 가이드


  • 글쓴날 : [25-12-0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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