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구운 한 조각이 주는 가장 쉬운 연말의 위로
한 해의 끝자락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따뜻한 것’을 찾는다. 그중 가장 쉽게 손이 닿는 위안은 바로 집 주방에서 나는 구운 빵 냄새다. 복잡한 테크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밀가루를 이해하는 일이다. 어떤 밀가루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식감과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말에 시도하기 좋은 간단한 홈베이킹 역시 이러한 기본 재료에서 출발한다.
■ 국산·수입·강력·중력·박력… 밀가루의 기본 분류
밀가루는 크게 단백질 함량으로 나뉜다.
- 강력분(글루텐 12% 이상): 식빵, 바게트, 피자도우처럼 쫄깃함이 필요한 반죽에 적합하다. 반죽이 탄력 있게 늘어나기 때문에 발효 빵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쓰인다.
- 중력분(8~11%): 쿠키, 케이크, 머핀 등 대부분의 홈베이킹에 활용되는 가장 범용적인 밀가루다. 너무 쫄깃하지 않으면서도 기본 구조를 잡아준다.
- 박력분(7% 이하):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데 탁월해 스콘, 파운드케이크, 튀김옷 등에 권장된다.
국산밀은 풍미가 고소하고 흡수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으며, 수입밀은 품질이 균일해 레시피 재현성이 안정적이다. 어느 것이 더 좋다기보다 만드는 목적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 연말에 가장 손쉬운 세 가지 기본 레시피
밀가루를 이해했다면, 연말에 어울리는 기본 레시피로 넘어가 보자.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성공률이 높고, 가족·지인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1) 버터 스콘(박력분)
박력분 200g에 버터, 우유, 설탕을 섞어 반죽만 만들어 오븐에 15분 굽는 가장 간단한 레시피다. 고급 장비가 필요 없고 실패 확률이 낮아 연말 홈베이킹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따뜻한 홍차와 함께하면 연말 브런치 한 끼가 완성된다.
2) 클래식 식빵(강력분)
강력분 300g에 물·설탕·버터 그리고 소량의 이스트만 더하면 된다. 발효 과정이 추가되지만 반죽 자체는 단순하다. 겨울철 따뜻한 집안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바라보는 경험은 연말만의 정적인 여유를 만든다.
3) 머핀(중력분)
중력분을 기본으로 한 머핀은 계량만 정확하면 초보자도 쉽게 성공할 수 있다. 초코칩, 견과류, 크랜베리 등 취향에 따라 재료를 곁들이면 연말 선물용으로 손색이 없다. 차갑게 식혀도 맛이 유지돼 포장·배달도 용이하다.
■ 연말에 밀가루가 특별해지는 이유
밀가루로 만드는 빵과 디저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시간’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가족·연인·친구와 반죽을 나누고 굽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어나고, 그 과정이 연말 특유의 아늑함을 배가시킨다. 또한 집안에 가득 퍼지는 구운 밀가루의 향은 복잡했던 한 해를 잠시 내려놓게 하는 힘이 있다.
■ 새로운 한 해를 위한 작은 의식
연말마다 무언가 거창한 이벤트를 준비하기보다, 밀가루 한 봉지와 오븐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스럽게 반죽을 치고, 구워지는 소리를 듣고, 따뜻한 빵을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에 가장 소박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의식이다.
참고문헌
- 대한제과협회, 《베이킹 재료학》, 2022.
- 미국곡물협회(US Wheat Associates), 밀 단백질 분류 자료, 2023.
- 한국식품연구원, 밀가루 품질 및 글루텐 특성 연구보고서, 2021.
- King Arthur Baking, Flour Guide & Baking Science,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