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질환, 알고 키우자: 신중한 고민 필요한 견종 TOP 5
반려견을 입양하거나 분양받기 전,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만을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견종들은 특정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인위적인 교배가 반복되었고, 그 결과 다양한 유전 질환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질환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평생에 걸쳐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문제이며, 보호자에게도 시간적·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안긴다. 특히 아래 소개하는 다섯 견종은 각기 다른 유전적 질환 위험이 높아, 입양 전 반드시 충분한 정보 수집과 상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불도그다. 납작한 얼굴과 두꺼운 주름이 매력으로 여겨지지만, 이러한 외형은 단두종호흡기증후군(BOAS)을 유발하며,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에 따르면 불도그는 일반견에 비해 정상적인 호흡을 할 가능성이 19배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Packer et al., 2015). 이 외에도 고관절 이형성증과 만성 피부염 같은 문제가 흔하다.
두 번째는 저먼 셰퍼드다. 충직하고 영리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지만, 관절 질환과 신경계 질환 발생률이 높다. 특히 고관절 이형성증과 퇴행성 척수병증(Degenerative Myelopathy)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며, 심한 경우 후반신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정형외과 동물재단(OFA)의 자료에 따르면, 일부 개체는 6세 이전부터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치와와다. 작고 귀여운 외모로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지만, 체구가 작은 만큼 관절 안정성이 낮아 슬개골 탈구가 매우 흔하며, 기도 허탈(tracheal collapse)이나 수두증(hydrocephalus) 같은 선천성 질환의 비율도 높다. 특히 수두증은 행동 변화, 보행 이상, 발작 등을 동반하며, 평생 약물 치료나 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네 번째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가족견’으로 많은 선택을 받지만, 고관절 이형성증과 진행성 망막 위축(PRA) 같은 유전 질환에 취약하다. 특히 PRA는 치료법이 없는 실명 질환으로, 조기 진단이 어렵고 실명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식욕이 왕성한 특성상 비만에 쉽게 노출되며, 이로 인한 관절 질환이나 당뇨병 등 2차 질환의 위험도 높다.
마지막은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이다. 이 품종은 심장판막질환(MMVD)과 뇌척수공동증(Syringomyelia)의 유전적 발생률이 높다. 특히 5세 이상 개체의 절반 이상에서 MVD가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으며, 일단 발병하면 평생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뇌척수공동증은 두개골 크기와 뇌 사이의 구조적 부조화로 인해 극심한 통증과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일부 견종들은 특정 유전적 질환에 취약하므로, 단순히 외모나 성격만을 기준으로 입양을 결정하기보다는 해당 품종이 가진 건강 이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유전 질환이 있다고 해서 그 견종을 절대 키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보호자가 해당 품종의 건강 문제를 인식하고, 필요할 경우 유전자 검사, 건강 인증서 확인, 정기 검진 등을 포함한 사전 예방적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반려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일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삶의 질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출처
Packer RMA et al. “Impact of facial conformation on canine health.” PLOS ONE, 2015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AVMA), www.avm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