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감각을 끝까지 유지하는지는 오랜 세월 동안 과학자와 의료진, 그리고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어온 주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임종 직전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감각은 ‘청각’인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UBC)의 신경과학 연구진은 2020년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임종 직전의 환자들에게서도 뇌가 소리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병원 호스피스에 입원한 말기 환자들과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뇌파(EEG)를 측정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의식이 없거나 반응이 없는 상태의 말기 환자들도 소리를 인식할 때 나타나는 뇌의 전기 활동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반응은 특히 음악이나 익숙한 음성, 특정 리듬에 노출되었을 때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환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청각이 여전히 작동하며,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UBC 연구진은 “환자의 의식이 없어 보이더라도 가족들이 환자에게 말을 걸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왜 청각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것일까? 신경학적으로 볼 때, 청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깊은 부위에 위치해 있으며, 시각이나 촉각, 미각을 담당하는 부분보다 혈류가 비교적 늦게 차단된다. 또한 청각 자극은 뇌간(brainstem)과 대뇌피질 양쪽을 자극하는 특성이 있어, 의식 저하 상태에서도 비교적 오랫동안 반응할 수 있다. 뇌가 전반적으로 기능을 상실해 가는 과정에서도 청각 신경 회로는 비교적 늦게 영향을 받는 셈이다.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는 많은 간호사들과 호스피스 담당자들이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가족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눈물이 흐르거나 맥박이 달라지는 등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증언한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적 근거와 더불어 인간적인 위로의 의미를 더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은 단지 위안이나 관습적인 행동이 아니라, 실제로 마지막까지 닿을 수 있는 ‘교감의 통로’일 수 있다. 과학은 말한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과 마지막까지 연결되어 있을 수 있으며, 그 연결은 ‘소리’를 통해 가능하다고.
참고자료:
- Blundon, E. G., Gallagher, R. E., & Ward, L. M. (2020). Electrophysiological evidence of preserved hearing at the end of life. Scientific Reports, 10(1), 1-9.
-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News. “Hearing persists at end of life.” Published July 8, 2020.
- National Institute on Aging. “What Happens When You Die?” (www.nia.nih.gov)